#2 만선뉴스

“택배기사의 하루, 알고 보면 영화보다 더하다” – 우리가 몰랐던 배송 현장의 리얼 스토리

“택배기사의 하루, 알고 보면 영화보다 더하다”

택배는 단순히 ‘물건을 문 앞에 놓고 가는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개의 상자를 짊어지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문 앞까지 땀을 흘리며 달리는 이들의 세계는 때론 감동이고, 때론 전쟁이다. 오늘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면서도 쉽게 지나쳐버리는 ‘배송의 세계’ 속 리얼한 이야기를 꺼내 본다. 현장 배송기사들의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직업 그 이상의 인간적인 드라마가 숨어 있다.


아침 6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김태성(가명) 씨는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오늘도 수많은 상자가 그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박스더미를 빠르게 분류하고 차량에 싣는 시간만도 2시간. 새벽 배송이 끝나고 아침 배송을 준비하는 이 시간은 가장 정신이 없는 순간이다.

김씨는 매일 평균 300개 가까운 박스를 배송한다. 상자는 크기와 무게,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20kg이 넘는 쌀이나 정수기 본체처럼 무거운 물건도 혼자서 들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주택의 5층까지 오르내리는 일은 허리에 큰 무리를 준다. 실제로 그는 “허리 디스크 초기 판정을 받았지만,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안 되니까 그냥 버티는 중”이라고 말한다.


배송 현장은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고객은 대부분 “왜 이렇게 늦게 와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기사 입장에서 보면, 모든 고객의 집에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는 없다. 배송 지역이 넓고, 동선도 매일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를 받고, 주소가 애매하거나 수취인이 없을 경우 추가 시간은 훌쩍 늘어난다. 김씨는 “한 명의 고객이 응답을 안 하면, 10분에서 30분씩 시간이 밀린다. 그러면 전체 배송이 다 늦어진다”고 털어놓는다.


의외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고객 응대’다. 배송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다. 택배 기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재하는 일도 해야 한다. 간혹 화를 내는 고객, 주소를 잘못 적어놓고도 기사 탓을 하는 경우, 배달이 늦었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비 오는 날이 제일 무섭다. 우산 없이 뛰다시피 배달하는데, 현관에서 젖은 박스를 두고 가면 ‘왜 젖은 걸 놓고 가냐’고 항의한다.” 김씨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 너머에는 쌓인 피로가 보였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도 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간식 하나, 물 한 병이 큰 위안이 된다. 김씨는 한 번은 어떤 아이가 ‘택배 아저씨 감사합니다’라는 손편지를 주었다며, 지금도 차 안에 그 편지를 붙여두고 있다고 한다.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어요. 힘들어도 이런 날이 있으니 또 버티게 되더라고요.”


배송 일의 고됨은 단순히 ‘물리적인 노동’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쿠팡친구’, ‘배민B마트’, ‘로지스’ 등 다양한 형태의 배송 시스템이 생겨나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단가도 떨어지고, 일당도 줄어드는 구조다. 고정 월급이 아닌 건당 수당제인 경우가 많아, 하루 일을 못 하면 바로 수입에 타격을 입는다. 여기에 차량 유지비, 보험료, 식대 등 본인 부담이 많아 실제 수익은 겉보기와 다르다.


김씨는 말한다. “택배 일이 몸은 힘들지만, 손님들이 고마워하면 보람은 크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그의 하루는 오늘도 새벽부터 시작되고, 밤늦게야 끝이 난다. 가족과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많은 배송 기사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단한 보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배려, 따뜻한 말 한마디, 그들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시선이 어쩌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배송은 단순한 ‘물건 전달’이 아니다. 이 일은 누군가의 정성과 땀이 담긴, ‘사람을 이어주는 노동’이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받는 택배 박스 하나 속에는, 하루를 온전히 바친 누군가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배송커뮤니티 만선 (spear131581@gmail.com)